[190929]쏜애플 단독공연 <불구경>::CKL스테이지

2019. 10. 16. 13:27Concert/2019

쏜애플 콘서트 <불구경> 막공


심베 셋리

3집과 레어곡들로 완벽했던 공연


  3집 발매공연을 보고 이번 불구경은 무조건 가야겠다 다짐했다. 작년에 불구경 가고 싶었지만 보컬 윤성현 부상으로 보컬 없이 공연을 한다는 안내를 받고 표를 잡는걸 포기했었다. 물론 연주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겠지만 당시 나는 쏜애플 라이브를 한번도 본 적 없는 상태여서 풀 밴드 라이브를 듣고 싶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대학밴드연합 공연 도중에 티켓팅이 있어서 눈치를 보다 나와서 핸드폰으로 참전했는데 이게 웬걸, 내 인생번호를 잡았다. 

내가 산 굿즈. 그립톡 너무 예뻐서 잘 쓰고있다.

 

날씨 좋은 청계천

 공연장은 종각에 있는 CKL스테이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청계천에서 여러 행사들을 하고 있어 가는 길이 더 설렜다. 가는 길에 크라잉넛의 '명동콜링'을 들으면서 갔는데, 청계천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서 더 들뜬채로 공연장에 들어갔다.

 공연장은 여기에 공연장이 있었어? 싶은 자리에 위치해있다. 나는 행사에 참여한 푸드트럭에 눈이 팔려 찾는 데 한참 걸렸다.

 공연장 구조도 굉장히 특이했는데, 한 가운데에 무대가 있고 관객들이 링처럼 둘러 싸 공연을 보는 구조였다. 티켓팅을 내 인생 번호를 잡기도 했지만 이런 구조 덕분에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 단독공연에서 펜스를 잡아보았다. 

 

공연을 기다리며 포스터 사진도 찍고, 굿즈도 사면서 시간을 보냈다. 바쁜 한 주를 보낸 뒤라 의자에 앉아 잠깐 졸기도 했다. 그 덕에 체력 충전하고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Set List

마술

수성의 하루

2월

로마네스크

위에서 그러했듯이 아래에서도

기린

넓은 밤

은하

검은 별

피난

백치

살아있는 너의 밤

물가의 라이온

석류의 맛


 

 입장하자마자 베이스가 잘 보이는 자리로 후다닥 자리를 잡았다. 기타 바로 앞에서 모션 보이고, 드럼과 보컬도 잘 보이고, 베이스 손 동작도 잘 보이는 명당 펜스를 잡아 공연 시작 전부터 너무 설레고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느껴졌다.

 

 저번 발매공연 때 마술로 시작 한 게 너무 좋아서 이번 불구경에서도 마술로 공연을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내 바램대로 마술로 공연을 시작해서 너무 좋았다. 마라카스를 신 들린듯 흔들다가 휙 던지는 것도 너무 멋있었고, '뿔이 돋아 나오네' 에서 제스쳐도 너무 좋았다.

 다음 곡은 내 3집 최애곡인 수성의 하루. 처음 시작 할 때 기타소리를 너무 좋아하는데, 시작부터 좋아하는 곡들이 막 나와서 날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좋았다.

 2월은 시작 할 때 베이스 소리가 너무 좋다. 그 날 따라 후렴이 너무 와 닿았다. 사실 음원으로 들었을 때 확 좋아하던 곡은 아니었는데, 이 날 '시월을 그리워하는 오월을 앓다 주르륵 녹아내리겠지' 의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한동안 나는 2월을 앓고 다녔다. 

 로마네스크 할 때 쯤에 지금까지 계속 3집만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나는 3집 너무 좋아해서 더 좋았다. 로마네스크 원래 좋아하던 곡이긴 했지만 로마네스크의 화자가 책이라는 걸 알고 난 다음에는 더 좋아졌다. 

 

 윤성현이 성의없는 셋리라고 디스했었나? 아무튼 그런 뉘앙스의 멘트를 했는데 귀엽고 웃겼다. 그리고 아직 아무도 3집에 대해 제대로 해석을 한 사람이 없다면서 해석의 힌트로 '오컬트'를 생각하면서 썼다고 얘기했는데,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더 알기 힘들어졌다. 뭐 내가 좋을대로 해석해 들으면 되는거니까.

 

 3집 곡을 끝내고 난 뒤에는 피난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전날 샤워를 하면서 피난을 들었는데 불구경에서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해 줘서 너무 신났다. 정말 다들 신 내림 받은것처럼 미친것같고 좋았다.

 그 다음곡 백치. '가지 말아요' 하는 순간부터 소름돋았다. 쏜애플 노래들 다 좋아하지만 이건 꼭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었다. '무시무시해' 부분에서 확 소리지르는걸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들으니까 더 미친것같고 위태로워서 좋았다.

 공연시작 전 부터 은지한테 살너밤과 물가의 라이온은 꼭 듣고싶다고 얘기했었다. 쏜애플 노래 중 굳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꼽아보라고 하라면 '빨간피터, 살아있는 너의 밤, 물가의 라이온' 이렇게 세 곡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빨간피터는 지난번 발매 공연때 들었으니 살너밤과 물가의 라이온은 정말 듣고 싶었는데, 사실 3집 전체를 한다고 해서 1집과 2집 곡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마음 속으로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타소리가 나오는 순간 너무 놀라고 정말 헉 소리가 나왔다. 살너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물가의 라이온. 너무 완벽해서 눈물 날 것 같았다. 호루라기 소리 맞춰서 손짓 하던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마지막 곡은 석류의 맛. 가사대로 끝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끝이 났다.

펜스를 잡은 덕에 기타 홍동균님과 하이파이브도 했다. 다음번 악스홀 단공도 꼭 가고싶지만 유럽여행 전날이라 갈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민트페이퍼 홈페이지 올라온 단체사진

무대 구성이 언급했던대로 합주실을 보는 것 같아 더 좋았다. 천장에 둥그런 조명도 너무 멋있었고, 바닥에 깔린 러그조차 너무 예뻤다. 최고의 셋리, 최고의 공연. 내년 불구경도 꼭 가고싶다.